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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이 되고 싶은 후크 선장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본문

독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후크 선장 2021. 12. 16. 21:07

동생이 선물해 준 책이다. 

소제목이 "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인데, 이 책을 적절하게 잘 표현했다. 

아무래도 철학은 어렵다. 그렇게 어려운 철학을 술술 잘 넘어가게 풀어쓴 책이다. 

 1부 새벽, 2부 정오, 3부 황혼 이렇게 총 3부로 나눠서 유명한(?) 혹은 저자가 마음에 드는(?) 철학자들의 틀을 작가의 삶에 적용해서 이렇게도 해석해보고, 저렇게도 해석해 보았다. 철학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하고"싶어 하는 사람들, 내 삶에 적용하고 싶은 사람들의 입문서로 좋아 보인다. 

 다행히 얼마전에 "스토아 수업"과 "그리고 나는 스토아주의자가 되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쓱 한번 읽어본 덕분에 에픽 테토스와 마르쿠스가 나오는 부분은 어느 정도 안심하고 읽을 수 있었다. "월든"과 "시민의 불복종"은 3년 전쯤에 갑자기 무척 공감하며 읽었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많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19살 때 국어 선생님께서 월든을 읽어보라고 했을 때,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월든을 사서 마치 읽은 것처럼 책상 위에 올려둔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대견하다며 예상대로 칭찬을 해주셨지만 사실 몇 장 읽고 마음속으로 '우웩.. 뭐 이런 책이 다 있담'하고 다시는 열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3년 전쯤, 마음이 너무 복잡하고 지쳤을 때 법륜 스님의 무소유에 영향을 준 책이라길래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그때 이후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에 대한 광팬(?)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되었다가 올 초에 "진리의 발견"을 읽고선 조금 실망했다. 아무래도 나는 소로우 씨의 사생팬은 아니었던 모양으로, 소로우가 랠프 왈도 에머슨의 땅에서 집을 짓고 살았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그가 무단으로 남의 땅을 점거해서 대범하게 그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게다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 나온 소로우는 빨랫거리를 엄마에게 맡기고 맛있는 요리까지 얻어먹었다고...(어쩌면 스포일링이려나) 물론 그럼에도 소로우처럼 보는 법은 중요하다. 그래도 소로우에 대한 내 경외심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책을 너무 적게 읽었다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책이 가벼워 보일 순 있고, 저자의 말투가 친근해서 깊이가 없어보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저자는 여기 나온 철학자들의 사상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다. 남의 사상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가능한 사람이 쓴 책이니까 나 같은 무지렁이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다. 명상록에서였나 죽은 사람을 가여워하는 것은 마치 태어나지 않은 사람을 걱정하는 것과 같다는 문장을 보고 아.. 그럴싸 한데? 그래도 공감이 별로 안되는데, 위로도 안되고. 왜 그럴까 싶었는데, 저자는 확실하게 짚어준다. 어떤 것이 존재하였다가 사라지는 것과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다르다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멋있다. 언제쯤 나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나중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려고 기억에 남는 문장 몇개만 발췌와 요약을 해 둔다. 

2.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 하는 법

"삶을 성찰하려면 거리를 둬야 한다. 자기 자신을 더 명확하게 들여다보려면 자신에게서 몇 발짝 물러나야 한다."

"명백해 보이는 문제일 수록 더욱 시급하게 물어야 한다."

3. 루소처럼 걷는 법

"상상속이든 현실에서든 역경을 만나면 자기 연민이나 절망에 빠지지 말고 그저 다시 시작하라" (이건 마르쿠스 황제가 한 말인데 여기서 나옴)

신체와 분리된 철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4. 소로처럼 보는 법

관점을 바꾸면 어떻게 보느냐 뿐만 아니라 무엇을 보느냐도 바뀐다. 

자신만의 월든을 찾아라. (그런 말을 했던가?) 

"무엇이든 제대로 보려면 거리를 두어야 한다." (소크라테스도 그렇게 말했는데)

5. 쇼펜하우어처럼 듣는 법

인간관계란 추운 겨울날의 고슴도치들 무리와 같다. 고슴도치들은 얼어 죽지 않으려고 서로 가까이 붙어 서서 옆 친구의 체온으로 몸을 덥힌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붙으면 가시에 찔리고 만다. 결국 서로를 견딜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거리를 발견한다. 

 쇼펜하우어는 내면 세계에 더 관심이 많았다.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하면 이 세계도 알 수 없다. 왜 그토록 많은 철학자가 이 사실을 놓치는 걸까? 내 생각에 그 이유 중 하나는 외부를 살피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환한 불빛 아래서 자기 열쇠를 찾는 술주정뱅이나 마찬가지다. 

정보는 그저 통찰로 향하는 수단일 뿐이며, 정보 그 자체는 아무 가치도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 

6.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 

 정적인 쾌락(갈증이 없는 상태)이 동적인 쾌락(물을 마심) 보다 우월하다. 정적인 쾌락은 목표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욕망을 필요한 욕망으로 착각하면 고통이 생김. 쾌락이 끝나면 고통이 생긴다. ex: 캐비어를 맛보고 즐거워하지만 또다시 캐비어를 갈망하게 된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쾌락은 더 증가할 수 없으며, 그저 다양해질 뿐이다. 

충분히 좋은 걸로도 충분히 좋다. "충분히 좋음"은 자기 앞에 나타난 모든 것에 깊이 감사하는 태도. 
우정이 인생의 커다란 쾌락 중 하나다. (갑자기 나온 문장이라 잘 이해는 안되었지만..)

7. 시몬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

불행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에게 관심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보답에 대한 기대 없이 타인에게 온전한 관심을 쏟을 때에만 우리는 이 가장 희소하고 순수한 형태의 너그러움을 베풀게 된다.

관심의 반대말은 산만함이 아니라 조급함. 

문제는 늘 우리가 너무 적극적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수색에 나서고 싶어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대상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이다. (다들 한 걸음 물러나고 거리를 두라고 하네) 

기다림은 그 자체가 보상 (그럴 수가..)

8. 간디처럼 싸우는 법 

불순한 수단은 불순한 결과를 낳는다. 

간디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설 것을 제안했다. 자신이 진실의 일부만을 지니고 있음을 잊지 말고 자기 입장을 점검할 것. 

9.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 

공자가 격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인(친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친절은 자유롭게 흘러 다니는 것이 아니다. 친절은 담길 그릇이 필요하다. (공자 편은 조금 아쉽다. 논어에서 갖고 올 좋은 문장이 많았을 텐데.. 음.. 논어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그 반대를 걱정하라는 것과 말보다 행동을 먼저. 논어도 정리를 해야겠다. )

10. 세이 쇼나곤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아름다움은 덧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순식간에 사라지는 삶의 작은 기쁨을 즐기려면 느슨하게 쥐어야 한다. 너무 세게 붙잡으면 부서져 버린다. (아.. 어렵구나.. 그래도 베갯머리 서책이라는 책을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

11. 니체처럼 후회하지 않는 법

(이 부분은 잘 이해가 안 되어서..)

12. 에픽테토스처럼 역경에 대처하는 법

어떤 것은 우리에게 달렸고, 어떤 것들은 그렇지 않다. 스토아학파는 통제할 수 없는 "무관한 것"들에 무관심하다.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충실하자. )

13.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

과거를 받아들이고, 친구를 사귀고, 타인의 생각을 신경 쓰지 말고, 호기심을 잃지 말 것, 프로젝트를 추구하고, 습관의 시인이 될것, 아무것도 하지 말것, 부조리를 받아들일 것, 건설적으로 물러날 것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나이 들어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14. 몽테뉴처럼 죽는 법 

죽음은 우리의 일부다. 수용해라.(음.. 어렵네)

 

작가의 마지막 문장이 재밌다. "내가 뭘 알겠는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늦잠을 잤다는 소소한 이야깃꺼리부터 큰 울림을 주는 걸쭉한 문장까지. 한번쯤은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그리고 읽어볼만한 다른 책들도 많이 소개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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